우곡생주
양조장 : 배혜정도가
용량 : 750ml
도수 : 10%
가격 : 6,500원
구매처 : 백화점 지하매장
참 오랜만에 안주 없이 오로지 맛만 느껴보았던 막걸리였습니다.
그만큼 막걸리가 지닌 힘이 좋다는 말이겠죠?
높은 도수이지만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아 기분도 좋았던 막걸리 입니다. :)
모든 술 들이 그렇지만 도수가 높아질 수록 가격이 올라갑니다. (진로, 참이슬 같은 희석식 소주는 대량생산이 가능하니 제외할게요.)
말 그대로 물 타지 않은 원액, 원주의 비율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스키에서는 물을 타지 않은 CS (Cask Strength)가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글렌알라키 10년 CS'에 사람들이 많이 열광을 했었죠.
막걸리도 이와 같습니다. 도수가 높을 수록 원주의 비율이 높아 단가 자체가 상승할텐데, 알콜도수가 10도나 되지만 가격을 6,500원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보통 9도, 10도가 넘어가는 막걸리들은 10,000원 넘는 가격대가 많이들 있습니다.)
술이면 빠지지 않는 집안이 만든 막걸리
양조장은 배혜정도가로, 배혜정 대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배혜정 대표의 집안은 모두가 국내 주류 시장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회사들 인데요.
배혜정 대표의 아머지 고 배상면 회장(2013년 작고)의 큰 아들이 배중호 국순당 대표 (백세주로 유명하죠), 둘 째 아들이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느린마을 막걸리, 산사춘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배혜정 대표의 배혜정도가 입니다.
우곡생주는 2009년 배상면 회장이 직접 만들었던 '우곡주'를 바탕으로 좀 더 대중화 시킨 술 입니다.
알콜 도수가 13도였던 우곡주는 그 가격도 높아 (375ml 14,000원) 대중화에 실패 하였고, 배혜정 대표는 우곡생주를 만들 때 도수를 10도로 낮추고 쌀도 유기농 쌀이 아닌 일반 쌀을 사용하는 등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자 하였다고 합니다.
용량과 도수, 가격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는 대중화가 이루어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합성감미료를 넣지 않은 막걸리들의 기본 가격이 요즘 못해도 느린마을 막걸리를 제외하고는 7,000원 이상에서 시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나루 생 막걸리, 복순도가 막걸리, 담은 막걸리는 우곡생주 보다 가격이 더 비쌌습니다.)
2019년 우곡생주를 출시함과 동시에 2019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탁주부분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합니다.
눅진한 바디감에 고소한 달달함이 섞인 막걸리
다른 막걸리들과는 다르게 병 뚜껑이 스틸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프리미엄을 지향하기 때문에 일반 플라스틱 두껑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을 흔들지 않았어도 병 속이 층이 분리되거나 그런 것 없이 다 뿌옇습니다. 그만큼 쌀 성분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 같네요. 우곡생주는 쌀의 함량이 물보다 많아 바디감이 높은데 잔에 따르기 전 부터 그 특징이 나타납니다.
잔에 따라 봅니다.
역시나 처럼 걸죽한 농도를 자랑합니다. 잔에 부딪히며 거품이 나거나 그런 것 전혀 없이 아주 눅진하게 잔이 채워집니다. 흡사 약간 묽은 플레인 요거트가 내려오는 느낌과도 같았습니다.
향은 맡아 봅니다.
달달한 향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데, 그 속에서 약간 곡물류의 고소한 향도 같이 올라옵니다.
다른 막걸리들에서는 보통 단 향, 또는 신 향 들이 주로 났는데 우곡생주에서 나는 고소한 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셔 봅니다.
앞서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상장히 걸죽합니다. 여지것 마셨던 막걸리들 중 제일 걸죽했습니다.
걸죽해서 그런지 마시고 나서 입안 곳곳에 막걸리가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시큼한 향과 함께 시큼한 맛도 살짝 느껴집니다. 감칠맛을 끌어올려줄 정도의 약한 신 맛이고, 여전히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 느낌이 흡사 메가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카라멜의 맛이 혀와 입안 곳곳에 코팅되는 듯한 느낌과 비슷합니다.
같은 단 맛을 내는 느린마을과 비교를 해 보자면,
느린마을 막걸리가 허쉬초콜렛 우유를 마실 때 느껴지는 깔끔한 단 맛이라면, 우곡생주는 도라에몽 초코우유를 마실 때 느껴지는 더 걸죽한 단 맛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에서 느꼈던 곡물류의 고소한 달달함이 주를 이룹니다. 고소함을 느낀 막걸리는 우곡생주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걸죽한 곡물 두유를 마시는데 도수가 있는 느낌이랄까요?
안주 없이도 막걸리 본연의 맛 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막걸리였습니다.
굳이 페어링할 안주를 생각해 본다면, 도수도 높고 상당히 걸죽하기 때문에 기름기 있는 안주 보다는 회, 회무침과 같은 가벼운 안주나 제육볶음과 같은 고추장, 고춧가루 베이스의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
도수가 10도라서 맛있다고 방심하고 마셨다가는 금방 취할 것 같습니다. 우곡생주 한 병 다 마시면 소주 한 병 조금 못 미치게 마시는 것과 비슷하니 취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막걸리 잔 보다는 소주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도 우곡생주 마실 때 큰 잔에 따랐지만 정작 마실 때에는 소주잔에 따른 양 만큼만 목넘김을 했거든요.
6,500원 이라는 가격이 평소에 부담없이 마시기에는 조금 높은 가격대이긴 하지만, 기분 내고 싶을 때 한, 두 병 집어오기에는 부담이 없는 가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맛있는 술로 천천히 음미하며 기분을 좀 내고 싶다면, 커피 한 잔 값 아껴서 우곡생주 구매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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