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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위스키 일반

위스키 마시는 법 (음용법)

by ming-ki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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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이제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갖고 있었던 위스키들에 대한 리뷰를 먼저 하고 싶었던 욕심이 커서 그랬을까요? ㅎㅎ

 

한국 음주 문화의 특성상 자그마한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마셔서 그런걸까요.

중국의 고량주를 마시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량주를 마실 때에도 소주잔 같은 샷잔에 따라 마시고, 어느 술을 마시던 소주잔 같은 샷잔에 따라 입안에 털어마시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주자체가 특색있고 풍미가 있는 술은 아니며, 아무래도 소주를 맛의 음미 보다 취하기 위해 마시다 보니 우리나라 만의 이러한 음주 문화가 발달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에 털어마시는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위스키 음용 시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위스키를 정통으로 취급하는 클래식 바가 아닌, 여러 종류의 술과 위스키를 같이 취급하는 술집을 가보면, 위스키를 병채 주문할 경우 샷 글라스가 같이 따라 나옵니다. 맛과 향을 음미학 위한 위스키 전용잔이 나온 경우는 거의 없었죠.

 

위스키를 바틀로 구매하지 않는 위스키를 이상 처음 접하는 곳이 이런 술집일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런 곳에서는 매우 높은 확률로 샷글라스에 마시게 되는 것이죠.

저도 위스키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전, 친척분들과 마실 때는 샷글라스에 따라서 소주마시듯 한번에 원샷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니 4~5잔 만에 취기가 확 오르곤 했죠.

 

물론 샷 글라스가 틀린 음용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맛보다는 향을 맡는다고 말을 하는 위스키 세계에서 샷글라스 음용법이 향을 느끼기에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 마셔도 본인이 즐겁다면 그 방법이 본인한테는 가장 좋은 음용 방법입니다.

 

다만 이 포스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어떤 음용법이 가장 즐거운 방법인지가 아닌

어떤 음용법이 위스키의 맛과 향을 보다 더 잘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스키 음용법은 잔의 모양에 따라 나뉜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1. 샷 글라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위스키 음용법 입니다.

소주잔과 부피는 비슷한데, 소주잔보다 폭이 좁고 높이가 약간 높은 잔에 가득 따라서 한번에 마시는 음용법입니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음용 법이죠.

 

실제로 샷 글라스의 의미도 미 서부개척시대에 생겨났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생겨난 마을들을 보면 살룬(Saloon)이란 곳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술도 팔면서 여관의 역활도 동시에 했고, 접객까지 했던 곳으로 보면 됩니다. 서부 지역을 향한 여정의 중간에 있는 마을에는 소위 카우보이들이 많이 머물다 갔죠.

살룬에서 파는 위스키 한 잔의 가격이 총알 하나의 가격과 얼추 비슷했는데, 그 때 당시 카우보이들은 돈보다는 총알을 더 많이 소지하고 다녔고,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빈 잔에 총알을 넣어서 주문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저 오는 샷 글라스의 유래라고 합니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한 장면. 샷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샷!"의 그 샷이 서부개척시대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위스키 전용잔에 위스키를 따라 향을 음미하며 마시기 시작한 시기가 2000년 초반부터 였기 때문에, 서부개척 시대에 샷 글라스로 위스키를 털어마시던 문화는 어찌보면 당연했을 거라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그 때 당시의 위스키 퀄리티가 좋았을 리는 없고, 맛과 품질이 썩 좋지 않은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서 한번에 털어넣는 방법이 성행했었겠죠.

 

샷 글라스의 경우 잔의 폭이 좁아 위스키가 가진 향이 퍼져나가지 못합니다.  다시말해 향을 맡기 힘들다는 말이죠.

요즘 같이 향이 다채로운 위스키들에게 샷잔은 위스키가 가진 매력 중 하나를 나타내지 못하는 잔의 형태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샷글라의 용량이 약 30ml정도 되는데, 이 많은 양을 입 한가득 털어넣고 바로 삼키면 위스키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한거번에 많은 양의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기 때문에 앞서 말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고도수의 독한 느낌만 느끼게 됩니다.

위스키는 보통 입안에 퍼지는 맛을 음미하고 삼켰을 때 목 뒤로부터 올라오는 향과 맛을 느끼는데 , 입 안에 퍼질 새도 없이 목 뒤로 많은 양이 넘어가다 보니 위스키 맛을 느끼지도 못한채로 고도수의 알콜 느낌만 느끼게 되죠.

 

맛과 향 두가지 측면을 보았을 때, 샷 글라스는 위스키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하는 잔의 형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 필요 없고 단 시간에 빠르게 취하고 싶다면, 샷 글라스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2. 온더락 글라스 (or 올드 패션드 글라스)

온더락 글라스 (On the rock glass). 언더락 (Under rock)이 아닌 온더락(On the rock)입니다.

 

이 방식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음용 법 중 하나입니다. 높이가 낮은 원기둥 모양의 잔에 위스키를 조금 따라서 마시는 방법이죠.

유럽 영화는 많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봤던 헐리우드 영화속 캐릭터들은 위스키를 마실 때면 전부다 온더락 글라스에 따라서 마시더라구요.

영화 '존 윅'의 한 장면. 존 윅 역시 위스키를 온더락 글라스에 마시죠. 1편과 2편에서 블랑톤 버번 위스키를 마십니다.

온더락 글라스(On the rock glass)는 영어 이름 대로 바위 위에 위스키를 따라 마시는 방법입니다.

 

지금과 같은 냉장고가 있지 않던 시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위스키를 차갑게 마시기 위해 계곡물 속에 있던 차가운 돌을 잔 속에 놓아두고 그 위에 (on the rock) 위스키를 따라서 마셨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노징글라스가 있던 시기도 아니였고, 원기둥 모양의 잔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잔 속에 차가운 돌을 놔두고 위스키를 따라서 칠링한 다음 마시기 시작한게 온더락 글라스의 시초가 된 것이죠.

 

온더락 글라스는 '올드 패션드 칵테일'의 잔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올드 패션드 글라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온더락 글라스는 샷 글라스 보다 입구가 매우 넓기 때문에 위스키의 향을 효과적으로 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넓어서 위스키가 가진 다른 향 보다 휘발이 더 빠른 알코올의 향이 더 부각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요즘의 '스카치 온더락'이라는 의미는 사진과 같이 얼음을 넣어서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차가운 돌 위에 위스키를 부어 마시던 방법이 지금은 돌 대신 얼음을 넣기 시작했는데요.

고도수의 위스키를 부드럽게 마시기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끼기에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얼음에 위스키가 닿아 위스키가 차가워 지게 되면, 향과 맛이 잘 피어오르지 못해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차가운 냉면보다 뜨거운 라면의 향이 더 잘 퍼져나가는 것 처럼 상온에 보관 중인 위스키는 그 향을 잘 맡을 수 있는 반면, 얼음에 의해 급속도로 차가워진 위스키에서는 특유의 향을 맡기가 어려운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녹아 위스키가 점차 희석이 되기 때문에 고유의 맛이 점점 약해지게 됩니다.

상온의 물을 몇방울 떨어뜨려 닫힌 향과 맛을 여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온더락의 얼음은 물 몇방울과는 양적으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중가서는 차가운데 밍밍한 위스키를 마시게 됩니다.

 

온더락 글라스는 얼음만 넣지 않는다면 향도 어느정도 맡을 수 있으면서 위스키 맛도 잘 느낄 수 있는 잔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3. 노징글라스

노징글라스의 대명사. 글렌캐런 잔

위스키의 향을 맡기에 최적화된 글라스를 통칭합니다.

 

아래 볼(bowl)이 넓고 위의 림(rim)이 좁아 튤립모양처럼 생긴 글라스에요.

튤립모양처럼 잔이 생겨 위스키가 잔 아래에서 향이 퍼피어올랐다가 잔 위로 갈 수록 모아지게 되죠.

향을 맡을 때 많이 사용 중인 위 잔은 "슈피겔라우 윌스버거 애니버서리 다이제스티브" 입니다.

모양에 따라 아래 볼이 더 넓은 형태의 글라스도 있습니다.

향이 중요한 주류의 경우 어지간해서는 노징글라스와 다 잘 어울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요즘 특별한 날에는 전통주를 마시곤 하는데, 전통주도 향이 참 좋아 노징글라스와 매칭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노징글라스로 가장 유명한 잔은 '글렌캐런' 글라스가 있습니다.

2001년 스코틀랜드 몰트 마스터와 협업하여 만들어진 위스키 글라스라고 하며, 대부분의 위스키 관련 사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글라스 입니다.

튤립 봉우리 모양을 하고 있어 위스키 향을 맡기에 좋습니다.

 

글렌캐런 글라스는 와인잔 처럼 목 (스템, stem)이 없는데, 이와 달리 스템이 있는 글라스는 '코피타(copita) 글라스'라고 합니다.

잔의 형상은 거의 동일하고 스템만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잔들은 알콜의 향을 좀 빼서 위스키가 가진 향을 즐기는 스월링(swirling)을 하기에 좋습니다.

 

통상적으로 아래 볼이 넓고 림이 좁은 모양이긴 하나, 이 모양이 약간씩 달라질 수록 위스키의 향도 다르게 표현해 주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모양의 노징 글라스를 찾아보시는 것도 위스키를 알아가는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두에 말씀 드렸지만, 위의 세가지 방법 중 어느 방법이 가장 좋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방법이든 본인이 위스키를 마시면서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이 본인에게는 가장 좋은 위스키 음용법이 되겠죠.

 

위의 음용법들에서 맛은 잔과 상관없이 마시는양을 적게 하면 되기 때문에 동일할 것이고,

향을 맡는 측면에서만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향을 크게 신경 안쓰신다면 어느 잔을 쓰셔도 상관이 없으실 것이고,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노징글라스를 사용해보시는 것이 위스키 생활을 즐김에 있어서 보다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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