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리뷰를 할 때 보통 위스키 증류소의 역사를 곁들이는데요.
짧게 끝나는 증류소가 있는 반면, 조니워커 처럼 자료 조사가 조금 더 필요한 증류소도 생기곤 합니다.
라프로익 증류소가 이번 경우에 해당이 될 것 같네요.
인수 합병을 거치며 점점 커쳐가는 기존의 증류소들과는 다르게, 라프로익은 그 역사 속에 재미난 포인트 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라프로익의 시작과 라가불린
라프로익 증류소는 1810년 도널드 존스톤(Donald Johnston), 알렉산더 존스톤(Alexander Johnston)형제가 가축 양육을 위해 스코틀랜드에 1000에이커의 땅을 임대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임대한 땅에 증류소를 설립하였는데, 본래 목적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남은 보리를 처리할 목적이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남은 보리로 만든 위스키가 생각보다 맛있었나 봅니다. 보통의 위스키와는 다르게 피트가 자리잡고 있는 땅에서 피트가 스며든 물을 마시고 자란 보리를 사용하며, 보리 건조 시 피트를 연료로 사용하여 건조시키니 기존의 위스키와는 맛이 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에 따라 1815년 본격적으로 위스키 사업을 시작하며 라프로익의 역사가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의 라프로익은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1800년대 초반에는 싱글몰트 위스키 보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대중적이었기 때문에 라프로익 역시 블렌디드 위스키의 원액으로 많이 사용이 되었었습니다. 다른 원액 대비 라프로익만의 훈연한, 피트 특유의 강렬한 향과 맛은 위스키 블렌더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었고, 라프로익 옆에 위치한 "Mackie&Co."라는 회사도 자사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위해 라프로익의 비중을 늘리고 싶어했습니다.
Mackie&Co. 와의 문제는 라프로익이 싱글몰트 위스키로서 입지를 넓혀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로 생산량을 증가시켜야 하는데, 블렌디드 위스키 원액으로 공급을 해야하니, 그리고 블렌디드 원액으로 더 달라고 하니 말이죠.
Mackie&Co.의 대표 피터 맥키(Peter Mackie)는 급기야 라프로익의 수원지인 Killbride 샘물을 돌로 막아 라프로익이 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법원의 신속한 개입으로 라프로익은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프로익과의 경쟁심이 점점 커진 피터맥기는 라프로익을 무너뜨리기위해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일하던 양조업자를 고용하여 라프로익과 동일한 설비를 설치하고 라프로익과 동일한 위스키 제조방법으로 위스키를 생산하였습니다. 아마 동일한 수원지에 동일한 설비, 동일한 제조방법이면 위스키 맛도 결국 동일할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마저도 라프로익의 맛을 재현해 내는데는 실패를 하게 되었고, 피터 맥기는 결국 본인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위스키를 생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생겨난 증류소가 현재의 라가불린 이죠. 서로 싸우던 두 증류소가 지금은 아일라섬을 대표하는 피트 위스키 증류소라니, 운명의 장난일까요? ㅎㅎ
찰스 황태자도 사랑한 라프로익
라프로익의 재미난 역사는 또 있습니다.
라프로익은 아일라 섬의 위스키 증류소 중에서는 유일하게 영국 왕실의 로얄 워런트를 수여받은 증류소 입니다.
로얄 워런트를 받은 위스키 들로는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얄 살루트 등이 있으며 싱글몰트 위스키로는 라프로익이 유일할 거에요.
로얄 워런트는 영국 왕실의 문양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말하는데, 5년 이상 영국 왕실에 납품한 제품들을 대상으로 여왕, 여왕의 부군과 황태자 단 3명만이 로얄 워런트를 수여할 수 있죠.
라프로익은 찰스 황태자가 수여하였으며 맨 오른쪽의 마크가 찰스 황태자가 수여하는 마크 입니다.
1994년 6월 라프로익을 방문한 찰스 황태자는 원래 20분만 머물 예정이었다가 비행기 문제로 2시간가량 머물게 되었습니다. 더 머문 시간이 라프로익에게는 행운이었을 까요. 라프로익의 향과 맛에 반해버린 찰스 황태자는 라프로익에 로얄 워런트를 수여하게 됩니다.
이 후 2008년에 다시한번 라프로익을 방문하여 직접 몰팅도 하시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라프로익 15년'에 자필 서명을 남기기도 하셨다네요 ^^
금주령도 피해간 라프로익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은 금주령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때 미국의 버번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큰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요.
주류의 양조, 판매, 운반, 수출입이 전면 금지가 되면서 (의료 목적의 일부 주류 제외) 개인이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행위 조차 불법행위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타격은 싱글몰트 위스키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라프로익은 다행히도(?) 특유의 소독약 냄새로 인하여 판매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보통의 위스키 냄새가 아닌 소독약, 또는 정로환 냄새가 검역원들을 소독약 또는 의료용 주류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초록색 병도 위스키가 아닌 일반 약품으로 보게끔 만들지 않았을까요? ㅎㅎ
"Love it or Hate it, But never Ignore" 2014년 라프로익이 트위터에 올리며 유명해진 말 입니다.
라프로익의 자신감을 옅볼 수 있죠.
영국 왕실에서도 인정한 위스키, 수 많은 매니아층을 거느린 위스키인 라프로익을
한번 맛 보면 저 같이 피트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거고, 피트 위스키를 다시는 보지도 않을 사람도 있을 건데, 확실한 것은 보통의 위스키에서는 보지 못한, 위의 문구 처럼 무시할 수 없는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