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정보
ABV : 40.0%
용량 : 700ml
원산지 :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숙성 : 15년
가격(구입처) : 85,000원 (리쿼샵)
"OUR SOLERA FIFTEEN"이라 자랑 스럽게 쓰여있는 위스키.
글렌피딕 라인업 중 위스키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하며,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위스키 입니다.
이전 글렌피딕 12년 위스키 리뷰에도 언급을 살짝 했지만,
https://mingki-thinkbox.tistory.com/5
싱글몰트 위스키가 각광받고 있는 현재와 다르게 블렌디드 위스키가 주류이던 시절 싱글몰트 위스키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위스키 입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요 몇년 사이 급 부상한 "발베니"라는 증류소도 글렌피딕을 운영하던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가 1892년 글렌피딕 증류소 옆에 세웁니다. 싱글몰트 판매량 1위 위스키와, 가장 핫한 위스키를 같이 갖고 있는 회사라니.. 그것도 인수 합병으로 추가된 증류소가 아닌 직접 설립한 증류소라 그런지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글렌피딕 15년은 다른 위스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숙성 방법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솔레라 시스템"으로, 이전 구형 보틀에는 "UNIQUE SOLERA RESERVE"로 보틀에 적혀있고, 신형 보틀에는 "OUR SOLERA FIFTEEN"이라 적혀있습니다.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솔레라 시스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솔레라 시스템은 사실 셰리와인 숙성 시 사용하는 시스템 입니다.
셰리 와인 숙성 시 오크통을 3~4단 높이로 쌓아올리는데, 맨 위에서부터 아래로 갈 수록 숙성이 오래된 와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각 층 끼리는 파이프를 통해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층에서 병입할 와인을 뽑아내면, 뽑아낸 양 만큼 바로 윗층에서 채워넣습니다. 그럼 또 2층의 빈 공간은 3층의 와인을 뽑아서 채워넣고, 같은 방식으로 계속 채워넣다가 맨 윗층의 오크통에는 이제 막 만들어진 어린 와인을 채워넣습니다.
솔레라 시스템에서는 숙성이 덜 된 와인이 오래된 와인과 계속해서 섞이기 때문에, 맛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맛의 밸런스도 매우 잘 잡히게 됩니다. 기존 숙성하던 와인에 비해 맛이 좀 튀는 와인을 오크통에 넣었어도 기존 와인과 지속해서 섞이기 때문에, 품질이 고르게 유지가 될 수 있죠.
글렌피딕 15년의 솔레라 시스템은 셰리와인의 시스템과는 약간 다릅니다.
글렌피딕 15년은 원액을 버번 캐스크,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 시키며,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 시킨 원액 일부는 3~6개월간 버진 캐스크 (새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킵니다. 총 3개의 다른 숙성 원액이 나오며, 이를 "솔레라 뱃 (SOLERA VAT)"이라는 커다란 통에 비율을 맞춰 넣습니다.
솔레라 뱃은 담겨 있는 양이 최소 절반 이상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솔레라 뱃에 담긴 원액 절반을 병입으로 사용하면, 나머지 절반을 채워넣고, 다시 섞인 다음에 절반을 쓰면 절반을 또 채워넣고 하는 방식인 거죠. 셰리와인의 솔레라 시스템과는 모양은 다르지만 원리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원리로 인해 글렌피딕 15년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가 될 수 있고, 글렌피딕 라인업들 중에서 밸런스가 좋다고 하는 라인으로 글렌피딕 15년 숙성을 뽑은게 아닐까 합니다.
색 (Color)
스카치 위스키에는 카라멜 색소를 넣는 것이 합법화가 되어 있어 이 색상이 본연의 색상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글렌피딕 12년 숙성의 색과 비교 했을 때는 조금 더 짙은 호박색을 띄고 있습니다. 글렌피딕 12년이 옅은 황금빛, 가을철 황금빛으로 익은 벼를 바라볼 때의 색이라면 글렌피딕 15년은 조금 더 주황빛에 가까운 호박색을 띄고 있습니다.
잔의 leg를 보기위해 스월링을 해보았는데요. 위의 사진 처럼 얼마 안가 바로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점성이 진한 위스키들의 경우 (특히 버번이 그런 것 같아요.) 스월링해서 잔 벽에 위스키가 묻은 채로 레그가 그대로 형성이 되어있고, 내려오는 형상 역시 진득한 무언가가 내려오는 느낌이라면, 글렌피딕 15년은 부드럽게 바로 내려옵니다.
마시는 느낌이 보들보들하면서 입 안을 감싸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갈 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향 (Nose)
오크향과 셰리향의 부드러운 조화. 그속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바닐라향
코르크를 열자 마자 병 속에서 과일향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dark fruit이 연상되며, 건포도 향이 살짝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렌피딕 12년은 서양 배 향이 지배적이면서도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주를 이루었다면, 글렌피딕 15년은 건포도, 건자두 같은 짙은 색의 dark fruit향이 납니다.
과일 향 속에서 오크향도 밸런스 좋게 올라옵니다. 오크향이 베이스를 깔아주면서 그 가운데에서 셰리, 과일향이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랄까요? 마시려고 잔을 드는 순간 약간의 바닐라 향도 올라옵니다.
서양배 향도 약간 느껴지는 듯 했으나 이내 사라지고 위에 묘사한 dark fruit과 오크향이 주를 이뤄서 나고 있습니다.
글렌피딕 12년에 비해 향이 더 복잡합니다. 글렌피딕 12년의 향은 단순했던 기억이 있는데, 15년은 향이 좀 더 깊고 풍부하며, 복잡하네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오크향은 많이 사라지고 셰리, 과일향이 주도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향긋한 과일향이 인상적입니다.
맛 (Palate, Finish)
향에서 이어지는 오키함(oaky)과 과일의 맛의 조화로운 어울림
글렌피딕 12년에서 경험한 캐릭터가 여기서도 이어집니다.
향으로 느낀 오키함과 dark fruit의 느낌이 맛으로도 이어집니다.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때 오키함이 입 안에 싹 퍼지며, 목 넘김 시 셰리향이 올라옵니다.
셰리가 주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셰리 캐릭터가 중심을 잡고 있네요.
버번 캐스크와 셰리 캐스크에서 각각 숙성한 원액을 섞어서 인지, 두 캐릭터가 향과 맛 둘 다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버번 캐스크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오키함과 셰리 캐스크에서 느낄 수 있는 셰리 향, 과일향이 잘 이어지네요.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 (맥캘란, 글렌드로낙)처럼 셰리가 메인은 아니지만 이 조화가 맛을 느끼는데 재미를 줍니다.
마신 후 목 뒤에서 스파이시함이 올라오는데, 그 느낌은 잔잔하며 건포도 향도 같이 올라옵니다.
과일향이 중심을 끝까지 잡고 있네요.
향과 맛 둘 다 밸런스가 너무 좋습니다.
글렌피딕 12년에서 향과 맛이 약간 옅은 느낌을 받았는데, 숙성이 더 길어지면서 15년에서 그 점이 보완이 된 듯 싶습니다.
저는 오크향과 셰리향이 너무 튀는 구석 없이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고 느꼈는데,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오키함이 강하다고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둘 다 서로 캐릭터가 잘 드러나고 있거든요.
이 가격에, 이 숙성년도를 가진 위스키가 있을까 싶습니다.
위스키가 워낙 가격이 비싼 술이다 보니 가격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15년 숙성에 이 가격을 지닌 위스키를 많이 보질 못했거든요.
이 가격에 이만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으며, 고유의 솔레라 시스템을 이용하여 품질도 일정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어느 위스키를 사야할 지 고민이시라면, 글렌피딕 15년을 고르는 것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자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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