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향과 한산소곡주에 이어서 3번째로 맛을 본 우리나라 전통 약주 입니다.
술이 맑기 때문에 의미로는 청주가 맞지만, 현재 주세법 상 누룩을 1% 이상 쓰면 약주로 분류하기 때문에, 현재 분류는 약주 입니다.
전통 약주의 종류가 참 많아 뭘 마실지 고민이 될 때면, 우리술 품평회에서 입상한 술들부터 하나 하나 마셔보면 좋습니다. 저도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입상 술부터 마시니까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 좋더라구요.
이번 설 연휴는 부모님께 찾아뵙지 못하는 대신 마음을 담아 전통주를 보내드렸어요.
하는 이전에 마셔봐서 맛이 검증된 천비향 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세종대왕 어주 약주 입니다.
그래서 설 당일에 랜선 술자리를 가졌죠 :)
세종대왕 어주 약주는 "장희도가" 양조장에서 빚는 술 입니다.
2019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술이지요.
세종대왕 어주 라는 이름
세종대왕 어주는 총 3회에 걸쳐 술을 발효 시키며 (삼양주), 3번의 여과와 2번의 숙성을 거쳐 완성 됩니다.
발효, 숙성에만 90일 이상이 걸리는 시간과 정성이 가득한 술이죠.
이 주조법은 세종 때 어의(임금 주치의)인 전순의가 지은 책인 '산가요록'에 나온술 '벽향주'에 나온 제조법인데, 세종대왕의 어의가 지은 '산가요록'에 나온 주조법, 세종대왕이 요양차 넉달이상 머물었던 초정리에 '장희도가'양조장이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해서 "세종대왕 어주"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초정 광천수 사용
장희도가 양조장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초정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초정리 탄산수의 그 초정리가 맞습니다.
다른 지하수 대비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초정 광천수를 사용하는데, 1차 담극 때는 탄산이 들어간 물을, 2-3차 담금 때에는 탄산이 없는 물을 쓴다고 합니다.
풍부한 미네랄이 효모의 증식을 왕성하게 도와 술 발효가 잘 되게끔 도와준다고 합니다.
저온숙성이 특징인 세종대왕 어주
세종대왕 어주는 다른 술과 비교했을 때 저온숙성이 특징인 술 입니다. '벽향주'의 주조법과도 다른점이 저온숙성이죠.
저온숙성을 통해 발효에서 나오는 단맛/신말 뿐만 아니라 다른 향들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단맛/신맛의 조화
시음 부분에도 말씀 드리긴 할 거지만, 달달한 맛이 특징이었던 다른 약주들에 비해 세종대왕 어주는 신맛도 함께 올라옵니다. 단맛 속에서 신맛도 같이 올라오는데 그 밸런스가 좋습니다.
세종대왕 어주는 쌀, 누룩만을 이용해서 술을 빚는데, 이 때 밀누룩을 쓴다고 합니다. 보통의 약주들은 쌀누룩을 많이 쓰지요. 이 밀누룩으로 인해 발효 시 신맛이 생기게 됩니다. 산가요록 주방문에 쌀누룩이 아닌 밀누룩을 쓰라고 되어있는데, 그 차이가 세종대왕 어주만의 신맛을 만들어내는 특징인 것이지요.
단맛은 쌀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전분질이 -> 당분 -> 알코올로 바뀌는 과정에서 만들어 지는 맛입니다.
향을 맡아 봅니다.
향이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한산소곡주는 전통주 특유의 단 향이 눅진하게 올라왔다면, 세종대왕 어주는 단 향이 좀 연한 가운데 신 향이 같이 올라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세종대왕 어주의 특징인 신맛이 향으로도 느껴지네요.
향 자체가 굉장히 산뜻합니다. 신 향이 있기 때문에 달달한 전통주 보다 화이트 와인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마셔 봅니다.
향에서 느낀 그대로 맛까지 이어집니다. 단맛이 옅고 그 사이에서 신맛이 같이 올라오는데 그 둘의 밸런스가 어느 하나 강하지 않고 조화롭습니다.
느낌이 화이트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산미와도 비슷해요. 산뜻하고, 깔끔합니다.
한산소곡주가 눅진한 단맛을 특징으로 하는 술 이라면, 세종대왕 어주는 반대느낌의 술 입니다. 단맛도 있지만 산미가 특징 적이며 목넘김이 무겁지 않고 산뜻합니다.
세종대왕 어주의 그 산뜻함이 여러 안주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 때는 돼지 목살을 구워 같이 먹었는데, 삼겹살보다는 기름이 없지만 돼지고기가 가진 느끼함을 세종대왕 어주의 산미가 깔끔하게 잘 잡아줍니다. 기름 많은 음식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불고기 같은 단 맛의 음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 어주가 신맛을 갖고 있어서 달달한 맛의 안주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회 자체도 맛이 산뜻하니 잘 어울릴 것 같구요.
다만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안주와 잘 어울릴 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종대왕 어주가 지닌 맛이 강하지 않아 안주의 맛이 강하다면 세종대왕어주의 맛을 가릴 것 같고, 또 세종대왕 어주가 입에 남아있는 안주의 맛을 잘 못씻겨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단맛이 약해 전통 약주의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면 세종대왕 어주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가끔 가벼운 느낌의 산미가 있는 전통주가 땡긴다면 세종대왕 어주만한 전통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 어주가 지닌 신맛이 입안에 감칠맛도 끌어올려줘서 오히려 식전주로는 참 잘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통주가 너무 달아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분들이 계시다면 세종대왕 어주 약주를 한번 시도해보세요.
화이트와인과 비슷한 느낌에 산미가 있어 분명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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