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를 맞이하여 마신 전통주들 중 하나인 '예담은 한산소곡주'입니다.
이번 설에는 부모님댁에 찾아뵙지 못하고, 대신 전통주를 보내드렸어요.
부모님댁에는 '천비향'과 '세종대왕 어주 약주'를 보내드렸습니다. 천비향은 지난번 마셔봤을 때 너무 맛있게 마셨었고, 세종대왕 어주 약주는 인터넷과 유튜브 리뷰들을 봤을 때 천비향과 결이 비슷할 것 같아 같이 보내드렸습니다.
예담은 한산소곡주는 지난번 마셔본 다른 양조장의 소곡주가 맛이 너무 달고, 냄새도 쿰쿰했어서 이번 예담은 한산소곡주를 마셔보고 맛있으면 다음번에 보내드리려고 저만 주문 했습니다 ㅎㅎ
소곡주는 '술을 빚을 때 누룩을 적게 넣어 빚은 술' 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전통주 입니다.
적을 소(少), 누룩 국(麴)을 사용하지요. 보통 술 맛이 좋으려면 좋은 누룩에, 누룩이 많을 수록 발효가 잘 되고 술도 빨리 만들어 지는데, 누룩을 적게 써도 맛이 좋아서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한산 소곡주는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조선시대 과거길에 오른 선비가 한산지방의 주막에 들렀다가 소곡주의 맛과 향에 사로잡혀 한두 잔 마시다가 과거날짜를 넘겼다 하여 일명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했답니다.
문헌 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술로 백제 때부터 빚은 것으로 전해지는 한산 소곡주는 조선시대 가양주 관련 서적 83권 중 총 64회에 걸쳐서 언급될 정도로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주라고 합니다.
여기서 가양주는 '집에서 빚은 술'이라는 뜻으로 집집마다 술을 빚어서 그레시피며, 맛이 다 달랐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쌀 수탈, 양곡 관리법 등으로 가양주 문화가 점차 사라졌습니다. 한산 소곡주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가양주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술이지요.
갸양주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산소곡주 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여러 양조장에서 만들어 내는 소곡조의 맛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글 서두에 지난번 마셨던 소곡주가 너무 달았는데, 이번 예담은 소곡주는 어떨지 마셔보고자 주문했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거죠.
상대적으로 다른 전통주(약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입맛에 맞는 소곡주만 찾아낸다면 부담없이 즐겨도 좋을 술이 아닐까 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예담은 한산소곡주'라고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예담은 한산소곡주는 2018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분 최우우상을 받은 제품 입니다.
안주없이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위스키와는 달리 이번 한산소곡주 시음에는 안주와 함께 페어링을 진행했습니다.
1. 꼬막무침, 연어회, 고등어 조림
한산소곡주는 다른 전통주 약주들에 비해서 약주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더 강하고, 뭔가 눅진한 느낌입니다. 깔끔하게 넘어간다기 보다 묵직하게 목 뒤로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꼬막무침, 연어회, 고등어 조림을 먹으며 한산소곡주를 마셔봅니다.
자칫 비릿할 수 있는 3가지 안주를 한산소곡주가 깔끔하게 잘 잡아주네요. 입안에 남은 각 안주의 맛들을 한산소곡주가 깔끔하게 씻어내려줍니다.
단맛이 강한 한산 소곡주가 꼬막무침, 고등어 조림 처럼 매콤 새콤한 안주들의 뒷맛을 잘 잡아주는데 참 잘어울립니다.
연어회는 회 자체에 기름기도 있고, 타르타르 소스도 달아서 같이 달달한 한산 소곡주가 잘 어울릴까 궁금했었습니다. 보통 회는 뒷맛이 깔끔하고 시원한 청하나 소주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는데, 예상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한산 소곡주가 가진 눅진한 단맛이 연어회의 기름지고 회가 가진 보통의 비릿한 맛을 잘 잡아줍니다. 생각보다 한산소곡주가 지닌 그 눅진한 단맛이 여러 안주들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한산소곡주의 단맛이 너무 강하다 싶으면 큰 잔에 얼음 몇개 넣어서 온더락 스타일로 드셔보시는것을 추천합니다.
소곡주가 시원해지면서 덜 달게 느껴지며, 목넘김이 더 시원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 한우
위의 바다생물 3종 안주와도 잘 어울렸기 때문에 역시나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한산소곡주의 단맛이 한우를 좀 더 감칠맛 나게 끌어올려 주네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 처럼 한산소곡주만의 눅진한 단맛이 입안에 남아있는 소고기의 느끼함을 잘 잡아줍니다.
천비향, 세종대왕 어주 약주를 마셔봤는데, 이 두 종의 약주보다는 한산소곡주가 계속 언급했던 것 처럼 더 달고 더 눅진합니다. 다른 전통 약주들은 안마셔봐서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한산소곡주가 보통의 약주들 보다는 더 달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달긴 하지만 약주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맛이 더 강화된 느낌이라 계속 마셔도 입이 달아서 못먹겠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단맛이 입안을 계속 감칠맛 나게 자극해서 계속해서 먹게 만드네요. 계속 마시다가 너무 달다 싶어 얼음을 넣어 마셔보니 단맛이 옅어지지 않으면서도 목넘김이 시원해져서 꿀떡꿀떡 계속해서 마셨습니다.
왜 앉은뱅이 술인지 알 것 같네요.
750ml에 약 12,000원 / 1.5L는 약 19,000원 / 1.8L는 21,000원으로 가격적인 부담도 덜 해서 큰 거 한 병 사 놓고 여럿이서 함께 즐기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소곡주도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여러 소곡주들이 있어서 이 소곡주, 저 소곡주 입맛에 맞는 소곡주 찾아마시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두 번째 시도에서 입맛에 맞는 소곡주를 찾았으니 좀 더 즐기다가 다른 소곡주를 구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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